교육 후기

[아빠랑 같이 놀자] 아버지·자녀가 함께 하는 성교육

운영자

대전의 한 가족센터에서 기획한, '사춘기를 앞둔 아이와 함께하는 아버지·자녀 성 지도 교육'에 초대받았다.

그동안 유아·아동·청소년 대상 교육(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이나 양육자 대상 교육은 수없이 해보았지만, 부모-자녀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하는 교육은 생소하다.

강사로서는 교육안을 구성하기에 너무도 까다로운 교육 대상 구성이다. 아빠들의 연령, 직업도 다양하고 자녀들의 연령, 성별도 다양하고 가족구성의 형태나 친밀도도 다양할 것이며, 교육참여자들 간에도 접점이 전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다채로운 대상들을 한 자리에 두고 성인지, 양성평등,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니... 

그러나 사실 이런 막막함은 교육 의뢰를 수락한 후의 고민이었다. 

교육 의뢰를 받는 순간 '너무도 귀한 자리다'라는 생각에 다른 고민은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성평등한 사회, 성평등한 가정, 성평등한 돌봄을 위해, 남성/양육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사실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어떤 교육이더라도 '양육자 대상'이라고 모집을 해도 남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에 이런 교육이 성사되어 강사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가 말이다. 


드디어 강의 날, 강의 첫머리에 '오늘 강의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오셨어요? 어떤 동기로 신청하셨어요?'라는 질문으로 분위기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가정이 '엄마가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엄마가 신청했어요'였다. ㅋㅋㅋ

오늘 강의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성을 주제로 하는 교육의 특성상 강의에 앞서 '함께 지킬 약속'을 확인하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좀더 힘주어 확인했다. 이러한 '약속' 안에 우리가 '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045b288886d9c.png


2시간 가량의 교육에서 여러 내용을 다루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아빠-자녀 사이 性을 주제로 인터뷰하기'였다. 그동안 강의를 하면서 양육자로부터 아동·청소년들로 부터 받았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고민 상황들을 인터뷰 주제로 제시하였다.


먼저, 자녀가 아빠에게 인터뷰 한다. 자녀는 어린이 기자가 되어 가까운 어른에게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묻는다는 설정이다. 제시한 인터뷰 주제 중 2~3개를 골라 인터뷰한다.  

5815d0176665f.png 다음은, 아빠가 자녀에게 인터뷰한다. '자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의 고민을 자녀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설정이다.

78f652d29aa66.png

'왜 이 질문을 정했어? 네 얘기 아니야?'라고 따지거나, '에이~ 그건 말도 안되지'라고 딴지 걸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화였다. 

활동 후, 인터뷰 내용을 나누며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말도 안되는, 현실 불가능한, 성차별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그러한 의견 자체가 소재가 되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안전한 공간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객관화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하는 연습 시간이었다.

이 짧은 연습이, 일상의 수많은 장면에서 실전으로 힘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  

0